AI는 우리 거래처도 모릅니다
얼마 전 「AI는 우리 제품을 모릅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우리 제품의 기능과 정책, 그동안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제품 문서와 코드를 AI가 직접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일하는 방식이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직접 그렇게 일하다 보니 비슷한 문제가 하나 더 보였습니다.
AI는 우리 제품만 모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거래처도 몰랐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 저는 채팅 내역을 긁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100개가 넘는 외부 협업 관계가 있습니다.
투자자, 잠재 고객, 기존 고객, 벤더, 세무대리인, 법무법인까지. 이들과 매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AI는 제가 어떤 투자자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느 고객이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지, 세무대리인이 언제까지 무엇을 달라고 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 밤이면 그 주에 나눈 대화들을 다시 훑었습니다.
- 투자자 — 실제 투자 의향은 어느 정도인지
- 잠재 고객 — 도입할 것 같은지, 걸림돌은 무엇인지
- 고객·친한 대표님 — 제품에 대해 어떤 VOC를 줬는지
- 벤더 — 다음 진행에서 내가 챙길 것은 무엇인지
- 법무법인 — 여러 번 오간 계약서 중 최신 파일은 무엇인지
- 입출금 —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보내거나 받기로 했는지
- 팀 공유 — 이 중 무엇을 동료들에게 공유해야 하는지
AI가 나오고부터는 이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채팅을 긁어서 AI에 붙여넣고 물었습니다.
"이 투자자, 투자할 것 같아?"
"이 고객은 도입할 것 같아?"
"내가 하기로 한 것만 찾아줘."
통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음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그것도 AI에 붙여넣었습니다.
AI의 답은 훌륭했지만 문제는 제가 100개 회사의 대화를 일일이 배달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카톡 대신 Joint를 긁기 시작했습니다
Joint를 만들고 나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거래처와의 대화와 파일이 개인 카톡 대신 회사별 Joint 채널에 쌓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Claude를 쓰다가 보니, Joint 채널을 열고 → 필요한 대화를 찾고 → 복사하고 → Claude에 붙여넣고 있었습니다.
카톡을 긁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Joint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Joint를 긁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Joint MCP를 만들었습니다. Claude와 ChatGPT가 Joint의 대화를 직접 읽게 했습니다.
100개 거래처의 대화를 매일 아침 읽게 했습니다
제가 금요일마다 하던 일은 사실 네 가지였습니다.
읽기 → 중요한 것 찾기 → 할 일 찾기 → 팀에 공유하기
통째로 자동화했습니다.
매일 아침 Claude가 전날 Joint에서 오간 거래처 대화를 읽고,
- 회사별 주요 대화
- 중요한 요청이나 변경사항
- 제가 챙겨야 할 Action Item
-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일
을 정리해서 Slack #customer 채널에 자동으로 올리게 했습니다.
실제로 아침에 올라오는 내용은 꽤 잡다합니다.
- 공유오피스 — 인터넷 끊김 현상과 인프라 증설 논의
- 세무대리인 —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마감 일정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 리멤버 — 10월 행사 가이드 전달과 이후 준비사항
- MSP 사업자 — 클라우드 사용량과 앞으로 적용할 플랜 논의
- 택스가이드 — MCP 전사 오픈 및 고객 온보딩 자동화 요청
- 아드리엘·딥다이브 — 알림에 대한 개선 요청과 실제 사용 피드백
- 패러다임시프트 — 엑셀로 관리하던 고객사 스케줄을 Joint와 연결하고 싶다는 요청
인터넷, 세금, 행사, 클라우드 인프라, 고객 피드백.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그날 제가 외부 회사들과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그중 제가 챙길 것만 다시 모입니다.
지금은 아침에 Slack을 열면 업무 파악과 팀 공유가 동시에 끝납니다. 금요일 밤에 하던 일이 매일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년 치 VOC를 전부 읽혀봤습니다
매일 어제의 대화를 읽을 수 있다면, 과거에 쌓인 대화도 전부 읽을 수 있습니다.
Joint에는 JointHelp라는 고객지원 계정이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수백 개 회사가 이 계정으로 버그, 불편 사항, 개선 요청, 기능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말하자면 1년 치 VOC가 대화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이것도 읽히자!"
Joint MCP로 대화를 불러와 AI에게 버그 리포트, 불편 사항, 개선 요청, 기능 요청, 칭찬으로 분류하게 했습니다. 다시 어떤 제품 영역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나눴습니다.
한 시간 정도 만에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 채널·메시지 46건
- 클라이언트 품질 33건
- 알림 28건
- 온보딩·초대·인증 28건
- 그 외 도입·포지셔닝, 권한·보안, 파일·첨부, AI·MCP 등
이번에는 한 번 더 물었습니다.
"개수가 아니라, 실제로 위험한 것부터 보고 싶어."
대화의 맥락까지 보고 이탈 위험 / 높음 / 보통으로 다시 나눴습니다.
- 알림 — 이탈 위험 6건
- 도입·포지셔닝 — 이탈 위험 9건
- 클라이언트 품질 — 높은 임팩트 23건
그런데 이 대시보드에서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건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이걸 만들기 위해 VOC를 입력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겁니다.
고객은 그냥 Joint에서 이야기했고, 저희는 거기서 답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는 Joint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업무가 여러 곳에 걸쳐 있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을 진행할 때가 그랬습니다.
최신 입력 가이드는 이메일로 왔습니다. 그걸 보고 생긴 질문은 담당자와 Joint에서 주고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메일 MCP도 함께 연결했습니다.
"정부지원사업 최신 입력 가이드 찾아서, 담당자와 Joint에서 주고받은 문의까지 합쳐 지금 내가 해야 할 것 정리해줘."
나이스그룹과 진행하던 POC도 비슷했습니다.
주간보고는 이메일로 오가는데, 실제 현업 담당자들과의 구체적인 논의는 Joint에서 진행됩니다.
"나이스 POC 최신 주간보고가 몇 주차인지 확인하고, 그 이후 현업 담당자들과 Joint에서 논의한 내용까지 합쳐서 현재 상황 정리해줘."
이메일만 읽어서는 부족하고, Joint만 읽어도 부족합니다. 둘을 같이 읽어야 실제 업무의 현재 상태가 나옵니다.
AI가 우리 거래처를 알게 된다면
처음에는 제 금요일 밤을 없애려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거래처 대화를 AI에 연결하고 보니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이 가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객 대화를 CRM이나 VOC 시스템에 다시 입력해야만 회사의 데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객은 그냥 대화합니다.
세무대리인도, 변호사도, 벤더도, 투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대화를 AI가 직접 읽을 수 있다면, 누군가 다시 정리하고 입력하지 않아도 그동안 흩어지고 휘발되던 거래처와의 대화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 혼자 100개 거래처를 관리하는 문제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에는 100명의 담당자가 8,000개의 거래처와, 매일 엄청나게 많은 대화가 있습니다.
AI가 우리 제품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모든 거래처까지 알게 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